인생 선배인 당신
무시래기 숨바꼭질
미니멀 라이프로 시골로 온지 얼마되지 않아 봄이 왔다.
외국의 시골인지라 아시아 재료들이 참 팍팍했는데,
무엇이든 다 있다는 남편의 만능 아지트에서 득템한 아시안 무우 씨앗을 구매해 왔다.
땅이 어떤지 모른채 그냥 땅이다 싶은 곳에 무우 씨앗을 심었고,
싹이 올라오고 잎이자라면서 기쁨은 배가 되었다.
유기농을 자처하며 초록이 애벌레를 손수 집게로 떼어내기를 몇 번을 했을까?
어느새 무럭무럭 자라난 무우 잎을 보니,
땅속에 무우는 얼마나 많이 자랐을까 괜히 설레였다.
그렇게 어느날 남편에게 이정도면 충분한 것 같다며 무우를 뽑아보자고 보챘다.
그 후, 몇 분뒤 수확한 무우를 본채만채 속상한 마음에 토라져 집안으로 들어갔다.
어떻게 무우가 하나도 없을까?
"우리땅이 좋지 않은가봐."
"당신이 우리 땅이 좋다며."
무우에게 화를 낼수 없어 남편에게 짜증을 내자, 남편이 나가버렸다.
티비를 보며 잊자며, 스스로 다독이고 있을쯤,
"잠깜 나와봐"
그래도 괜한 짜증을 낸 것이 미안해서 나갔더니, 말끔하게 무우가 사라졌다?
"다 버렸어?"
무우 꽁꽁 숨겨놨으니 찾아보라며, 숨바꼭질을 시작한다.
"푸하하하하하하"
무우가 어느새 창고의 옷걸리에 걸려 무시래기가 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집에서 나간 남편이 씻고 한번 데쳐 맛있는 무시래기로 변신시키기 위해 그늘에 매달아 놓았다고 했다.
"그래, 무우가 없어도 이렇게 먹을게 생겼구나!"
"맛있는 소고기국에 무시래기 넣고 해먹자!"
-인생 선배인 당신에게 배울 점이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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